한국어 B형 간염 수기 공모 지인부문 2등상 수상작

김장수

 

1994년 봄이 지나고 초록의 여름이 막 시작되던 때에 한국에서 경험했던 일이다.

 당시 늘 함께 지내던 후배 부부와 함께 주말을 맞아 강화도에서 회를 먹고 놀다가 오는 길에 왕새우를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후배의 집도 바로 좁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기에 틈만 나면 모였었다.

그날도 역시나 우리 집 거실에 모여 새우구이를 막 시작하려는데 후배가 갑자기 우측 상복부가 아프다면서 맥을 못 추는 것이었다.

 

난 식중독이라고 판단하고 급히 차를 몰고 신정동 고개에 있는 신정병원으로 갔다.

병원에서는 어깨와 가슴에 붉은 반점이나 우측 복부의 통증으로 보아 간염일 가능성이 높다며, B형 간염은 전염성이 있는 병이라 부인도 같이 검사할 것을 권하였다.

 

나 역시도 늘 그들과 함께 한지라 함께 피검사를 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날 주사 맞기를 죽기보다 싫어하는 아내를 설득해 역시 피검사를 받았다.

지루한 일주일이 흐르고 마침내 결과를 보러 후배 부부와 함께 병원으로 갔다.

 

그리고 결과인 즉 나는 B형 간염 항체가 있음으로 나왔고, 아내와 후배 아내는 음성으로 나왔으나 항체가 없으니 예방접종 할 것을 권했다.

그런데 후배는 예상대로 B형 간염이 상당히 진행되어 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결과가 나오고야 말았다.*

집으로 돌아온 아내와 나는 후배 때문에 꽤나 혼란스러웠다.

“당신들 맨날 같이 술 마시고 붙어 다니는데, 이제 어떻게 한데요?”

하며 아내는 술 좋아하는 나를 에둘러 핀잔했다.

사실 이 전에는 내 삶에서 B 형 간염에 대한 것은 생각 자체가 없었다.

그런데 후배의 일로 뜬금없는 간 보호에 나서야 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의사 말인즉 대부분은 간암은 B형 간염으로부터 생기고, 술로 인한 간염 발병률은 생각보다 낮다고 하였다.

그때까지 워낙 술을 좋아했던 난 그 소리에 이해가 잘 안되면서도 마음 속 어디선가는 묘한 안도의 기운이 온 몸을 감쌌다.

 

다음날 주사 맞을 생각에 시무룩한 아내를 안심시키면서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 Receptionist에게 B형 간염 예방접종과 관련된 걸 몇 가지 물었다.

우선 예방접종 가격과 맞는 횟수 설명을 자세하게 해줬다.

보건소에서는 접종비가 2,400 원이고, 자기들 병원에서는 14,000원이라고 했다.

그리고 예방접종을 한번만 맞는 게 아니라 총 3번을 맞아야 하고, 1차를 맞고 난 후 30~40일이 지나 2차를 맞고 그리고 5개월 후에 3차를 맞으면 끝이라고 했다.

아내가 3번이나 접종을 받아야 한다는 말에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는 것 같았다.

난 애써 아내를 외면하고서, 병원 측에 보건소와 일반병원의 가격차이가 너무 심한 것 같은데, 혹시 약효 차이가 나는 것 아니냐며Receptionist에게 물었다.

“약효 차이는 없어요. 단지 보건소는 나라에서 운영하잖아요”

너무나 간단한 대답에 난 괜히 물었다는 생각에 그저 웃고 말았다.

 

 인적사항을 적고 약 10여분 정도 기다리니 아내 이름이 호명되었고, 난 아내와 함께 주사실로 들어갔다.

간호사는 언뜻 날 말리려다가 피검사 때가 생각이 나는지 싱긋 웃으며 허락을 했다.

당시 아내는 주사를 맞을 때면 늘 내가 옆에서 손을 잡아줘야 그나마 안심을 했었다. 

두려워하는 아내의 한쪽 손을 꼭 잡고서 앉아 있는데,

간호사가 냉장고에서 약품을 꺼내며 약품이 차가운 상태로 투여를 하면 아플 수가 있다면서

손으로 1 분 가까이 쥐어 온도를 높여준 다음 왼쪽 어깨 위 부위에 주사를 약 10초간 천천히 투여를 했다.

 

내가 아내에게 안 아팠냐고 물으니 따끔할 정도였다고 했다.

그 후 아내는 B형 간염 예방주사를 3차까지 맞았지만, 아무런 후유증 같은 건 없었다.

 

혹시나 B형 간염 예방접종 주사와 관련해 내 아내처럼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계시는 분이 있다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B 형 간염 예방접종만으로 간암에 대한 가능성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는데 예방주사를 피한다는 건 자기 자신과 주위를 힘들게 하는 행동이라고 본다. 

 

한편 후배는 의사가 처방한 대로 치료를 계속했다.

그는 병을 이겨내기 위해 술과 담배도 끊고, 병원을 오가며 의사의 처방과 지시에 따라 1년 가까이 약물을 지속적으로 사용했지만 피로와 식욕 부진, 오른쪽 복부의 통증은 여전히 개선의 징후를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아내는 여러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주위의 의견에 따라 콩, 두부, 생선 등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만을 섭취했다.

그리고 초록의 여름이 두 번이나 지나고 난 후 의사의 치료 덕인지, 지속적인 단백질 위주의 식단 때문이지는 몰라도 그의 병은 현저한 개선이 있었고, 오른쪽 복부의 통증과 피로감이 사라지고, 식욕이 되살아났다.

 

초여름비가 보슬보슬 내리던 날 아침 후배 부부가 결과가 나오는 날이라고 병원을 간다고 하길래 내 차로 픽업을 하겠다고 했다.

왜냐면, 병원에 주차장이 좁아서 도로에다 주차를 해야 하는데, 마땅히 댈 곳이 없어 여러 번 고생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을 병원에 내려주고서 근처를 돌아보니 마침 공간이 있어 주차를 하고 병원으로가 한참을 리셉션 의자에 앉아 있으니 후배 부부가 원장실에서 나오다 날 보고는 환하게 웃었다.

“형님, 간 효소수치가 정상이고 이제 비활동성 B형 간염으로 거의 완치상태랍니다.”

“네……저 신랑처럼 B형 간염이 거의 완치단계**까지 온 경우는 수 천명에 하나 정도래요.”

난 그 때 내 가족이 아닌 남의 일에 그렇게 기쁘고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처음 느꼈었다.  그들은 그 동안 B형 간염 바이러스와 싸웠던 시간이 떠오르는지 슬픔 반 기쁨 반의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감싸 안았다.

 

♦ 당선 소감

취미로 글 쓰는 걸 이어오면서도 선뜻 내 글을 누군가에게 내미는 용기는 없었는데,

이번 B형 간염 수기 공모에 응모하게 된 건 감동적인 소설이나 그림 같은 시를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게 아니고,

뇌 어딘가에 저장된 내 경험의 일부를 끄집어 내어 사실적으로 정리해보면 되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막상 글을 써놓고 망설이다가 수상 기대감 따위는 접고서 응모했는데,

이렇게 당선이 되어 기쁘고 감사할 따름이다.

 

단지 이 서툰 글을 여러 사람이 읽는다고 생각하니 쑥스럽고 민망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거친 비바람에도 싹은 돋아나듯이 나의 투박한 손끝 하나가 B형 간염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하며 서툰 글을 높게 봐주신 심사위원들께 고마움을 전한다.

김장수

 


*편집자 주 – B형 간염은 보통 증상이 없으나 가끔 급성 간염의 증상이 갑작스럽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편집자 주 – B형 간염은 약의 복용에 따라 비활동성을 보이게 되기도 하지만 평생 정기적으로 계속 간을 모니터링을 해야 하는 병이라는 것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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