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B형 간염 수기 공모 본인 부문 1등상 수상작

문지영 Moon Ji  Young

저는 현재 B형 간염 약 비리아드 Viread를 먹고 있는 시드니에 살고있는 만 36세의 여성입니다.

5년 이상 비리아드를 꾸준히 복용하고 있는 덕분에 현재 바이러스 수치나 간기능에는 아무 문제없이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심지어 건강한 두 아이들의 엄마이고 아이들 모두 모유수유해서 키웠습니다.

제 글이 어떻게 쓰여질지 모르겠지만 저의 경험담이 누군가에게는 꼭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적어봅니다.

 

저는 어머니가 B형 간염 보균자*(이하 보유자로 바꿈)이셔서 태어날 때 저 역시 B형 간염 보유자로 태어났습니다.

예상컨대 제가 태어날 당시 한국에는 B형간염 예방접종이 없었거나 어머니가 모르셨던 것 같습니다.

 

B형 간염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던 건 제가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 처음으로 헌혈을 하게 되었을 때입니다.

친구들과 다같이 헌혈의 집에서 헌혈을 하게 되었고 며칠 뒤 저에게는 헌혈을 하면 안된다는 피검사 결과를 알려주는 편지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께 여쭈었고 그때 처음으로 어머니가 외할머니에게서 태어나면서 B형 간염이 되었고 저 역시 같은 경우라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 후로 저는 다시는 헌혈을 하지 않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B형 간염을 위한 특별한 검사나 치료 역시 받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잊어버리고 몇 년을 살았습니다.

 

2007년 호주에 처음 오게 되었고 이곳에서 영주권을 받고 쭈욱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을 먹고 여러가지로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2011년 마침내 영주권을 위한 준비가 모두 끝나게 되었고 모든 서류를 제출하고 거의 마지막 단계였던 신체검사만을 남겨두고 있었습니다.

신체검사를 하는 기관에서 이런 저런 테스트를 하고 설문지에 나에게 해당되는 사항을 답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Hepatitis B (B형 간염) 이라는 단어를 접하게 되었고

불현듯 내가 여기에 해당되는게 아닌가 하고 호기심 반 걱정 반으로 담당자에게 제가 B형 간염 보유자라는 말을 하게 되면서 호주에서 저의 B형 간염 검사와 치료가 시작되게 되었습니다.

 

지금 와서는 이렇게 말하지만 사실 그 당시에는 제가 B형 간염 보유자라는 말을 하여 이민성에서 신체검사시 추가로 요구하는 사항이 늘어나 영주권을 받는 과정이 길어지는 바람에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 모릅니다.

그날 기본 신체검사를 마치고 이민성 담당자는 저에게 간에 관련된 정밀 피검사와 초음파 결과를 제출해 달라고 했고 의사에게서 저의 간 상태에 대한 의견을 받아오라고 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성 빈센트 St. Vincent’s 병원에 있는 내과 전문의 Gastroenterology Specialist를 만나서 피검사, 초음파를 받게되었습니다.

 

당시 제 나이는 25세 였고 술과 담배를 전혀 하지 않았으며 특별히 다른 질병도 없었던 터라 바이러스 수치는 조금 높은 편이나 간기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것 때문에 영주권을 받는데 불이익을 당할 이유가 없다는 의사의 소견으로 저는 다행히 모든 것이 통과되고 마침내 영주권을 받게 되었습니다.

다만 의사는 6개월에 한번 피검사와 1년에 한번 초음파를 꼭 받으라고 조언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그때 이후로 일반의 GP 를 통해 피검사, 초음파 결과를 받아 간클리닉 Liver Clinic에서 전문의 Specialist를 1년에 한번씩 보고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저의 간 바이러스 수치가 점점 올라가다가 2016년 무렵 바이러스의 수치를 셀 수 없을 만큼 치솟게 되어 의사선생님은 그때 처음으로 비리아드 Viread라는 약을 권해 주셨습니다.

다행히 모든 치료/예방과정과 복용약 역시 메디케어로 커버가 가능하여 본인 부담이 없어서 고민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약을 복용하고 몇 달 뒤 피검사를 다시 했고 너무나 다행히 약의 도움으로 바이러스는 정상수치로 돌아왔습니다.

그래도 의사선생님은 언제 어떻게 수치가 바뀔지 모르니 정기적인 피검사는 꼭 받도록 지시하셨습니다.

 

2017년 이사를 하게 되면서 리버풀 Liverpool 병원의 간 클리닉 Liver Clinic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거기서 의사선생님과의 상담 끝에 비리아드 복용을 하면 임신/출산, 그리고 모유수유에 문제가 없거나 아주 낮다는 말씀을 듣고 저는 평소와 같이 매일 약을 복용하면서 첫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습니다.

대신 출산했을 때 반드시 출산된 아이가 B형 간염이 되지 않게 하기위해 면역 글로불린Hepatitis B Immunoglobulin 주사를 맞아야한다고 당부하셨습니다.

다행히 문제없이 출산하게 되었고 미드와이프의 도움으로 아이는 그 주사도 잘 맞을수 있었습니다.

출산 역시 같은 병원에서 하게 되자 간클리닉에서 저를 더 관심 있게 지켜봐 주셨습니다.

 

아이가 9개월이 됐을 무렵 아이의 피를 뽑아 B형 간염 면역이 생겼는지 검사를 했고 다행히 아이는 저를 통한 B형 간염은 피할 수 있었습니다.

첫째 아이의 경험을 통해 둘째 아이 역시 같은약을 복용하면서 임신과 출산을 하였고 현재 4개월째 모유수유 중이지만 저도 아이도 아무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리버풀 병원의 간 클리닉에서 정기적으로 피검사와 의사상담을 받고 있으며 바이러스 수치와 간기능은 모두 좋은 상태 입니다.

 

사실 제가 B형 간염 약을 먹고있다는것은 저의 직계 가족과 아주 가까운 지인 외에는 잘 모르고 제가 말을 하지 않습니다.

B형 간염이라는 질병의 인식이 그렇게 긍정적인 것만은 아닌 것은 사실이고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기에 저는 굳이 말을 안하는 편이긴 합니다.

다행히 저는 간 기능상 문제가 없기에 불편함이나 차별을 받은 경험은 없었습니다.

다만 평생 하루에 한 알 약을 먹어야하는 수고로움, 그리고 술과 담배를 비롯해 남들보다 조금 더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저 스스로 조금 위축되는건 사실이나 건강하게 오래살려면 이쯤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간에 아무 문제 없이 살아갈수 있었던 건 10년 전부터 해온 고마운 의사선생님들과의 상담 덕분인것 같습니다.

한국은 어떤 시스템인지 모르겠지만 호주에서는 B형 간염 환자를 아주 잘 관리해 주는 것 같아 저는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 저의 B형 간염자로 살아온 경험을 말씀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편집자 주: 지금은 B형 간염 보균자라는 말을 쓰지 않고 현재 활동성을 보이지 않는 만성 B형 간염환자 또는 B형 간염 보유자라는 말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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